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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경제학의 매력은 무엇인가

by 레몬트리82 2022.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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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제시되는 예술에 대한 구체적 접근방식을 통해 접근법 자체에 대한 이해와 그 접근법으로 인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및 정책적 함의는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한 내용과 완전히 상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가지 주제는 예술과 관련된 '시장'과 '민주주의'의 역할입니다. 

 

시장은 수준 낮은 예술을 생산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장이 저급한 예술을 생산하다고 믿으면서 '대중문화' 및 '상업화'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이런 관점은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지식인들이 벌이는 토론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한 대부분의 철학적 담론은 문화와 관련된 결정이 시장이라는 의사결정 메커니즘에 의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의 배후에는 지식인들이 갖고 있는 시장에 대한 불신과 공공지원만이 문화의 질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정부는 예술을 지원해야 할 뿐만 아니라 미술관, 공연장, 오페라하우스, 발레단, 오케스트라를 직접 운영하며 문화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장은 기껏해야 수준 낮은 대중문화만 생산할 뿐이라는 관념은 매우 폭넓게 퍼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장의 기능을 오해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관념을 뒷받침할 만한 실증적 근거도 없습니다. 사실 시장은 수준 높은 문화를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고급 예술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이란 수요에 반응하는 일종의 기구입니다. 만약 저급 예술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면 시장은 저급 예술을 생산할 것이며, 고급 예술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면 시장은 고급 예술을 생산할 것입니다. 고급 예술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속단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많은 돈을 지출해 가면서까지 고급 예술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제를 포함해 다양한 고급 예술이 공연되는 수많은 예술축제들이 좋은 사례입니다. 좋은 축제는 보통 민간이 주도해서 열리고 국립극장 및 오페라하우스 등이 직면한 합리적이지 못한 정치적, 행정적, 예술적 제약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기획된 것들입니다.

 

이러한 페스티벌 중 일부는 소수 마니아를 위해 기획되기도 합니다. 기존의 예술 현장에서 많은 관객을 끌지 못하는 현대음악 같은 장르가 여기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장이 반드시 많은 관객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퍼져있는 '시장은 저급 예술을 생산한다'는 믿음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인식은 타당하기도 합니다. 주로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생산된 예술은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다소 수준 낮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다수의 사람들이 그러한 취향을 갖고 있으며, 시장은 단지 그것을 반영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향은 특정한 경우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에 의해 더욱 강화될 수도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에서 가격은 소량으로 생산할 때보다 대량으로 생산할 때 더욱 낮아집니다. 콤팩트디스크 생산을 생각해 봅시다. 일단 제작을 하게 되면, 10만 장이든 100만 장이든 추가 생산을 해도 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특징과 동시에 클래식 음반과 같은 형식으로 양질의 순수음악이 시장을 통해 생산되고 있음을 또한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의 대량생산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시장의 가격 시스템이 고급 예술에 대한 수요에서도 잘 작동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앞에서 말했지만, 예술 경제학자들이 무엇이 '좋은'예술이고 무엇이 '나쁜'예술인지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사회과학에 속하는 학문이라면 모두 각기 나름의 판단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수세기 동안 여기에 관한 합의점은 도출되지 못했습니다. 즉 '취향은 제각각입니다.'

 

만약 어떤 개인이 베르디의 오페라가  TV 멜로드라마보다 더 낫다는 식으로 예술의 질에 있어서 대략적으로 구분할 용의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나 해당 작품이 무엇이든 간에 평가라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한때 전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쓰레기로 평가받던 것이 예술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이고, 한때 훌륭한 예술로 인정받던 것이 쓰레기로 간주될 수도 있습니다.

다양성을 허용하고 촉진한다는 점이 시장이 가진 가장 큰 장접입니다. 어떠한 전문가 위원 및 집단도 시장이 반영하는 취향을 인정하고 안 하고를 결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혁신적 사고를 분출시키고 예술을 활발한 상태로 유지시킵니다. 열려있는 시장은 예술 취향의 독점화 경향을 막습니다.

 

그러나 현실에 존재하는 예술시장과 이상적인 시장 사이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실제 예술시장에는 외부효과, 수확체증, 공급자 간 독점 경향 등이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시장주의자들의 결론은 현실적 분석이 아닌 관념론적 신념에 근거한 것입니다. 시장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예술에도 여러 가지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문화 부분에 있어 시장만이 또는 그 반대로 정부만이 유일한 해답이라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다양한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가진 장점과 약점을 비교해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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