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과 문화

그동안 도시개발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있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도시개발에 미치는 영향 요인 중 어메니티 요소의 영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종래 도시개발에서 어메니티 요소가 간과되었지만 최근 도시개발에서 어메니티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메니티 요소가 도시개발에 미치는 영향이 다양한 측면으로 분류되어 제시되고 있고, 이 중에서 특히 어메니티 요소의 인구, 경제적 영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최근 어메니티 요소는 도시의 성장에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앞으로 도시개발 전략을 위한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어메니티의 개념

어메니티는 '쾌적한', '기쁜' 등과 가은 표현이라는 라틴어 아모에니타스에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amenity는 사람이 어떤 사물이나 환경에 대한 긍정적으로 느끼는 감흥으로서의 쾌적성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어메니티는 물질적인 면은 물론 정신적인 면까지 포함한 생활환경의 종합적 쾌적성을 의미하고, 따라서 어메니티의 정의는 나라나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수량화해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어메니티 개념은 일반적인 문화, 예술의 개념보다 더 광의적입니다. 맑은 공기와 같은 일부 어메니티 요소들은 도시지역의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칩니다. 순수 공공재는 공유되며, 공동으로 소비되며 배제에 따르는 비용이 큽니다. 순수한 어메니티 요소에는 기후의 질과 같은 비생산 공공재가 지칭되지만 실제로는 교육이나 공공 안전과 같은 정부 서비스가 포함됩니다. 현실적으로는 순수 공공재와 순수 사적재는 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재화와 서비스는 그 중간 영역에 속합니다. 따라서 어떤 학자들은 어메니티를 '비시장 거래'로 부르기도 합니다.

 

어메니티 요소는 크게 자연적, 물리적 어메니티와 인공적 어메니티로 구분됩니다. 전자에는 기후, 습도, 기온, 물 접근, 전반적 자연적 매력 등이 포함됩니다. 후자에는 연구도서관과 같은 대형 기관의 수, 오페라 하우스, 박물관, 고서 또는 희귀 서점과 같은 소규모 기업, 주스 바, 대형 할인마트, 스타벅스, 자전거 행사 등이 포함됩니다. 따라서 이른바 문화, 예술적 요소들은 인공적 어메니티에 해당됩니다. 어메니티의 개념 변화를 보면 시대에 따라 도시 어메니티 욕구는 편리성 - 환경성 - 심미성 - 문화성의 순으로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즉 산업혁명 이전에는 자연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동성, 주거의 온도 조절 등 도시의 편리성을 추구했고, 산업혁명 이후에는 악화되는 공해 문제의 해결이 당면 과제가 되었고, 파괴되어 가는 자연에 대한 중요성(환경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미국의 도시미화 운동과 함께 도시미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1893년에 열렸던 시카고 만국박람회에서 고대 로마나 근대 유럽의 걸작과도 맞먹는 도시예술로서 박람회장을 조성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으며, 그 이후 도심부의 건물군, 교량, 공원 등에 고전미와 예술적 감각(심미성)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21세기 들어와서는 획일화되어 가는 현대 도시의 특성에 대한 반성과 도시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문화성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시민환경단체인 AMR(Amenity Meeting Room)의 회장 사카이 겐이치는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어메니티 분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생명·안전 어메니티

안전의 근본은 생명을 지키는 것이므로 '생명·안전' 어메니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공해 방지의 기본이며 재해 예방도 이 범주에 속합니다. 일본의 경우 고베 대지진 발생 시 입은 엄청난 피해는 생명·안전 어메니티 도시 만들기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참상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각종 대형 참사를 볼 때 가장 선결되어야 할 것이 생명·안전 어메니티입니다. 위생, 의료, 간호, 보건, 복지 등의 제도 운영과 사람들 마음의 건강까지 포함합니다. 인간의 존엄성, 인권 의식이나 자연보호, 평화 공생의 의식과도 연결됩니다. 안전에는 인프라, 즉 도시 기반의 정비, 방재 대책, 노동안전에서부터 지역 도로, 안전한 주택구조, 거실의 사물 배치까지 포함합니다. 공해 방지와 어메니티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공해 방지와 어메니티는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어메니티가 상당히 훼손된 상태'가 바로 '공해'이기 때문입니다.

 

 

자연 어메니티

인류의 쾌적함의 근원은 자연입니다. 물과 녹음과 땅과 대기 그리고 생물을 지키는 어메니티입니다. 생명 어메니티와 중복되지만 특히 동식물이나 풍토의 자연을 지키는 어메니티를 가리킵니다. 강·하천 살리기, 산림보호, 바다 살리기 등의 활동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이 밖에 공원 조성 등 인공적인 자연환경도 포함합니다. 풍토(성) 어메니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역사·문화 어메니티

오래된 지역을 포함한 역사적 환경이나 문화재의 보존·창출,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뮤직홀, 컨벤션 홀, 문화센터, 정보미디어, 전람회장, 이벤트 회장, 가로, 번화가, 고건축 민가, 학교, 교육, 스포츠 등 쾌적한 문화시설이나 문화적 분위기에 관한 어메니티입니다. 특히 역사는 민족의 쾌적함의 근원이므로 중요합니다. 환경 어메니티로부터 문화 어메니티로 확대되는 것이 눈에 띄는데 느낌이 좋은 사람, 매너, 품격 있는 문장이나 예술과 그 즐거움 등도 여기에 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