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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정책의 영역

by 레몬트리82 2022.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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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접근과 분석적 접근

연구의 대상을 규정할 때 그 외연을 정하는 것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여러 가지 접근 방법을 생각할 수 있으나 실질적인 방법과 분석적인 방법으로 나누어 해답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방법으로 정부에서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 문화정책이 어떤 것들인지를 조사한 후에 이들을 영역별로 정리해 그 영역의 범주를 문화정책의 범위로 수용하는 방법을 들 수 있습니다. 문화정책이 무엇이어야 한다는 주어진 절대적 기준이 있지 않는 한 여기에 대한 어떤 주장도 주관적이거나 임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볼 때 이 실질적인 방법은 단순하기는 하지만 매우 현실적인 타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국가별로 문화정책의 영역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고, 동일한 나라에서도 정책이 수시로 변한다는 점에서 이 방법에도 주관적 판단을 전혀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음에 분석적인 방법으로 일정한 논리적 또는 실증적 기준을 정한 후 이에 따라 문화정책의 범주를 정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기존의 정책 관행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 변동에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정책 영역을 규정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반대로 정책적 현실성이 결여될 수 있는 단점도 안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접근으로 먼저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이 대상으로 하는 분야를 살펴보면, 현재의 문화관광부는 체육부와의 통폐합, 구 교통부의 관광 업무 인수, 그리고 언론 관련 업무, 또 종교행정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문화정책을 넓게 해석하면, 이 모든 업무들이 문화정책 영역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협의로 해석하면, 이 중에서 문화 부분에 속하는 업무만을 문화정책 영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좁게 보는 경우는 중앙부처 통폐합 전의 문화부 업무를 참고로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문화부의 직제 규정을 보면, 문화재를 비롯해 생활문화, 지역문화, 조형미술, 공연 미술, 문학, 영화, 음반, 영상 음반, 도서 출판, 국어와 국사에 관한 업무를 문화부의 소관 사항이라고 정하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정책 영역은 문화재와 일반적으로 예술로 불리는 분야들, 국민의 교양활동, 예술산업, 그리고 국어 다섯 분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 정책을 스포츠나 관광 등을 포함해 넓게 보는 것이, 앞으로 문화정책을 활성화함으로써 국가의 문화 경쟁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문화부와는 별개로 분리된 재단법인 형태를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문화예술 분야의 정부지원을 실질적으로 문화부와 함께 집행하고 있는 문화예술 분야의 정부지원을 실질적으로 문화부와 함께 집행하고 있는 문화예술진흥원의 업무를 통해서도 우리나라 문화정책 범위의 일단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문화진흥원의 정관 제4조는 진흥원의 지원 분야를 문학, 미술, 사진, 건축, 음악, 국악, 연극, 무용, 공연, 음반, 영화, 출판 그리고 관점에 따라서는 건축까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업무가 예술 분야에 한정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화행정의 범위를 이와 같이 문화부나 문화진흥원의 업무를 통해서 파악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람직하거나 않거나 간에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행정은 해당 기관의 업무 이상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행정의 영역을 규명하는 데 유일하거나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행정조직이 수시로 변한다는 사실을 차지하고라도 행정 기능과 조직업무의 경계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정부기관 간 업무 분장이 계속 변해 오고 또 정부의 문화 관계 업무가 문화부로 일원화되어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에서 현 조직 업무만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무제가 있습니다.

 

분석적 방법으로는, 문화정책을 문화에 대한 정책이라고 일단 단순하게 정의 내리고, 다음에 문화의 개념을 규명하고 그에 따라 문화정책의 범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문화를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문화인류학에서는 전통적으로 인간의 가치, 신념, 행동양식을 포함해서 한 사회생활 양식 전체를 문화로 간주해왔습니다. 타일러의 정의가 이 시각을 대표하는 고전적 정의라고 하겠는데 그에 의하면 "지식, 신념, 예술, 도덕, 법, 관습 등을 포함해서 사회 성원으로서 인간이 획득한 모든 능력과 습관의 총체"가 문화입니다. 이 정의 속에는 상징적 측면과 물질적 측면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화부나 문예진흥원이 다루는 업무가 대부분 문화보다는 예술을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타일러의 문화에 대한 정의는 전체 사회생활을 포함한 매우 광의의 개념이며 실제 문화정책은 이 중 일부분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화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분류할 수 있으나 그 기능이나 인간의 정신적 활동의 성격을 기준으로 인지 문화, 규범 문화, 그리고 표출적 문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인지 문화 그 내용이 사실에 관한 인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과학이나 지식이 대표적인 요소들입니다. 규범 문화는 사회생활에서 바람직한 가치와 행동의 기준을 제공하며 도덕이나 법이 대표적인 요소들입니다. 한편 표출적 문화는 인간의 정서적, 감성적 욕구나 활동에 관계된 문화로 예술과 문학이 그 대표적인 요소나 그밖에 오락이나 유희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이렇게 보면, 현재 문화부 업무는 표출적 문화가 중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밖에 인지 문화나 규범 문화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재하는 문화 요소들은 인지적, 규범적, 표출적 성격들을 모두 조금씩 포함하고 있어서 어느 한 가지로 명확하게 분류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또 사람이나 시대에 따라서 문화 요소의 예술적 표출적 가치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 유의하면서 문화정책을 광의의 예술, 대중문화, 스포츠, 취미생활, 지적 활동 등 국민의 정서적 욕구를 표현하고 충족하기 위한 전문적, 비전문적, 자발적, 상업적 활동을 지원하고 문화 전통을 승계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일단 정의할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문화정책의 영역이 어떻게 설정되고 있는지를 참고할 수 있는 자료 중 하나는 유네스코의 문화지표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유네스코는 문화지표를 사용해서 각국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고 이를 문화정책의 기본 자료로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므로 국제적으로 문화정책의 영역을 규명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문화지표 속에 문화적 유산, 인쇄물 및 문예, 음악, 공연예술, 조형예술, 영화 및 사진, 방송, 사회문화 활동, 체육 및 오락, 자연과 환경 보호에 관련된 활동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한국 유네스코에 이를 모델로 유사한 문화지표를 작성했는데, 여기에는 문화유산, 문학, 조형예술, 디자인, 음악, 무용, 연국, 영화, 연예, 사회문화적 활동, 대중매체, 여기 활동, 국제문화 교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중문화는 서신, 인쇄, 유선, 쌍방향, 방송 패키지 미디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술한 문화부 업무나 문예진흥원 업무와 비교하면 여가 활동이 문화 영역에 추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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