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

보편적 가치

문화정책에 관련된 가치는 정책 목적과 관련된 가치와 내용에 관련된 가치의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목적 차원의 가치는 이념이나 기타 정책 환경에 관계없이 문화정책이 일반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들이기 때문에 보편적 가치라고 부를 수 있는 가치들입니다. 이 차원의 가치들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문화정책의 일반적인 목적이 어떤 것들인지 알아야 합니다.

문화정책은 대체로 네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첫째로 공동체 의식의 함양입니다. 공동체 의식은 국가가 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제 조건으로 모든 국가는 국민들의 연대 의식을 강화해 국가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자 노력합니다. 사회 성원들의 연대 의식은 기능적 상호의존성에 기반을 둔 공리적인 것일 수도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뒤르켐이 주장한 바와 같이 동질성에 기초한 정적일 일체감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 동질성의 기반이 바로 문화입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의식주의 양식이 같다는 것은 곧 '우리'라는 일체감의 인식적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문화정책은 국민 공동의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며 또 이를 모든 국민이 고르게 향수하도록 하여 문화적 동질성을 높임으로써 국민의 공동체 의식을 배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러면 공동체 의식이라는 목적이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이것은 주체성으로 여기에는 민족의 독립, 자유, 주권이라는 가치가 농축되어 있습니다.

 

둘째는 문화정책은 또 국민의 정서적 욕구의 충족을 목적으로 합니다. 개인에 따라 기호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사람은 감정을 표출하려 하고 심미적 충동을 만족하고자 하는 정서적 욕구가 있고, 이러한 욕구는 인간의 활동 영역 중 문학과 미술, 음악, 연국, 조형 등 예술에 농축되어 나타날 뿐만 아니라 의상, 주택, 식사 등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에 직접, 간접적인 방법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국민의 보편적 욕구가 행정 수요가 되어 정부는 문화정책을 통해 이를 충족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목표는 흔히 문화향수권의 보장이라고 표현되는데, 이 정책 목표를 추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준거는 경제적, 지리적, 교육적 차이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의 고르게 문화예술에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서적 욕구 충족 목표가 지향하는 정책 가치는 평등을 의미할 뿐이지 문화예술에 대한 개념인의 선택의 자유가 무시되고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취급된다는 획일성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로 문화정책이 추구하는 목표는 국민의 정서를 순화하여 가치관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계도하는 것입니다. 이 목표는 자칫하면 과거 전체주의 국가에서 그랬던 것처럼 정권을 장악한 소수집단이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전, 사상교육 등을 통해 언론을 탄압하고 국민의 자율적 판단을 흐리게 하여 맹목적으로 특정 이념을 신봉하는 인간으로 만드는 쪽으로 왜곡될 수도 있습니다. 민주국가에서 추구하는 가치관은 이와 반대로 정직, 친절, 우애, 평화, 근면, 신뢰와 같은 개인과 집단의 복지를 위한 보편적인 가치에 한정되어야 하며, 여기에서 나아가 국민적 합의에 의해 설정한 국체에 관한 이념, 즉 민주주의 또는 사회주의, 공화국 또는 입헌군주제 등을 수호하고자 하는 가치 이상이어서는 안 됩니다. 나라에 따라 체계화의 정도나 특수성의 정도는 다르지만 모든 국가는 일정한 가치 체계, 이념 체계의 기반 위에 존재하며, 그러한 가치나 이념의 공감대를 국민들 사이에 넓고 확고하게 정립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정부 문화행정의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체로 문화정책을 통해 간접적인 방법으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데, 시민들이 좋은 문학이나 예술작품에 대한 접촉이나 직접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해 줌으로써 정서가 순화되고 바람직한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문화정책은 예술 자체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순수 예술론의 관점에서 볼 때 예술의 가치는 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역량이 얼마나 완전하게 또 독창적으로 표현되었는가에 의해서 평가됩니다. 이러한 예술 활동에 내재된 원리에 따라 문화정책은 사회경제적 효능과 관계없이 예술을 위한 예술의 발전을 지원하는 것을 또 하나의 목적으로 합니다. 이 정책 목표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창의성이라고 하겠습니다. 예술은 정서라고 하는 주관적 동기의 표현으로서 고유한 개성의 표현에 의해서 지배되며 창의성이 없이는 발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적 차원에서 독창적 예술은 차원에서는 고유한 민족문화에 해당되며, 따라서 국가마다 자국의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고자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선택적 가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책의 내용은 여러 가지 대안 중에서 선택된 대안으로 결정되는데, 선택적 가치는 이 대안 선정의 기준이 되는 가치를 말합니다. 선택적 가치는 앞에서 논의한 주체성, 평등, 효용을 포함해서 자유, 형평, 책임, 보편성, 자율 등 매우 다양하며 정책과 대안에 따라 관련 가치도 달라집니다. 문화정책과 관련된 선택적 가치 역시 구체적인 정책 과제나 정책대안에 따라 상이할 것인데, 여기에서는 창작 지원정책의 경우에 어떤 선택적 가치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예시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문화정책에는 지원정책 외에도 규제정책이나 조성 정책도 있으나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은 지원정책이므로 다른 정책보다 지원정책을 사례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지원정책은 정책대안에 대한 네 가지 선택 차원으로 형성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첫째는 지원 대상자의 선발에 관한 차원이고, 둘째는 지원 수단에 관한 차원이며, 셋째는 관리 방식에 대한 결정 차원이고, 넷째는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한 결정 차원입니다. 여기에 시행 시기나 절차 등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도 있겠지만 이러한 네 가지 차원에 대한 여러 가지 대안을 고려한 후에 각 차원마다 필요한 대안을 선택하면 즉 누구에게 무엇으로 얼마나 누가 어떤 재원으로 지원할 것인가가 결정되면 그것으로 지원정책의 기본 골격은 정해집니다.